국민이 몰라 준다?

정권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헌법정신을 가장 원형적으로 실현해 가는 정부" "경제는 잘하는데 민생이 어렵다"고 하면서 세종대왕이 와도 해결하기 불가능한 일인데 국민이 너무 몰라준다고 주장했다. 결국 해괴한 논리라는 비판도 나왔고 여론과 너무 거리가 멀다고 하면서 정권적 착시(錯視) 라는 비판도 있었다.
누군가를 설득시키려는 주체인 정부의 입장에서 이러한 현상을 되짚어 보도록 하자. 예를 들어 정부가 아닌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그 어느 때 보다 국민을 국민이 아닌 정책의 고객이라고 규정하고 다양한 설득 활동을 시도하는 변화가 있었기에 이러한 가정을 통해 이해를 모색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이 우리 기업을 너무 몰라 준다” “고객이 우리 제품을 너무 몰라 준다”
이런 넋두리를 늘어놓는 기업이 있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그래 참 억울하겠다”고 동의하는 사람들 보다는 “제품을 잘 만들면 되지.....”“서비스를 잘하면 되지......”라고 가장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었는데 시장상황이 좋지 않아 판매가 되지 않았다” “우리는 최고의 서비스를 준비했는데 소비자들이 서비스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고 한다면 그 기업은 제품판매를 위한 마케팅 활동에 있어 제품의 개발에만 주력했을 뿐 자신들의 소비자와 시장 상황 그 흔한 상황분석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스스로에 몰입되어 있는 모습만 보여주는 꼴이 될 것이다. 그런 모습은 마치 시장 속에 자리 잡은 기업 이라기보다는 개인 연구실에 쳐 박혀 있는 발명가의 모습과 유사한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가 만든 제품이 최고다” “우리 제품을 쓰면 좋다”는 정보를 스스로 외치는 A기업과 “언론 또는 제 3 자,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통해 저 회사 제품은 이런 면에서 매우 유용하다”는 정보를 전달받은 B기업이 있다면 어느 정보를 더 신뢰하겠는가? 에 대한 질문이다. 어떤 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든 적극적으로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조직의 정보를 신뢰한다면 막대한 광고 수행을 통해 수많은 말을 쏟아내면 그만일 것이다. 하지만 “잘하고 있다” “좋다”는 긍정적인 정보를 전달한다고 하더라고 그것이 누구의 입에서 나온 말인가, 즉 정보원이 누구인가에 따라 사람들은 그 말을 신뢰하려고 하기도 하고 그와 반대의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가장 기초적인 이해조차 없이 자신의 정당성을 일반 국민들에게 전달하려 한다면 그 정보의 진의와 상관없이 의도대로 전달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이해관계집단들은 자신들의 논리와 정보를 설득시키려는 대상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객관적인 정보원을 찾게 된다. 흔히 말하는 ‘홍보’라는 것도 ‘널리 알리는 것’ 이전에 ‘누구를 통해 알리는가’ ‘어떤 매체를 통해 알릴 것인가’를 중요시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그러한 전제조건이 만족되어야만 홍보의 효과도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다.
제 3 자의 객관적 정보원 흔히 이야기하는 전문가 그룹, 사회 의견지도자 그룹, 언론 등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고자 할 경우, 반드시 필요한 것이 본질적 차원의 근거자료와 객관성을 담보하는 정보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감성적 언어와는 거리가 먼 지극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주장과 진술만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훌륭한 업적을 남긴 정권도 그 평가는 국민의 몫이다. 그리고 국민의 여론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객관적 정보원들의 평가를 이끌어 내는 활동이 있어야 한다. 무조건적으로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려고 할 경우, 가시적이고 대중적인 업적 이외에는 제대로 전달하는데 한계를 갖게 된다.
결국 평가는 외부로부터 받아야 한다. 스스로 평가를 받기 위해 자화자찬의 메시지를 전달해서는 안된다는 진리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뛰어난 업적이고 본질에 가까운 진실이라 하더라도 여론은 자신의 입으로 스스로의 이해관계를 방어하려는 논리에 대해서는 냉정한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득을 시키려는 기본적인 접근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초래될 수 있는 오해가 있다면 이를 바로 잡아야 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언론이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해서 국민에게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것은 그 현상만 놓고 보면 나무랄 것이 없는 것이지만, 그로 인한 설득의 효과를 고려해 본다면 무조건 몰라준다고 아쉬워 할 것만도 아니라는 것이다. (2006)![]()
Posted by Jonghyuk

